2014년 3월 26일 수요일

"공개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가 아니다

2000년 초중반, 대한민국 정부가 오픈소스를 정책에서 여러가지로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정부 주도하에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바로 "공개소프트웨어"이다. 엉뚱하게도 "Open Source"의 번역이다라고 주장했는데, 처음 그럴 때는 저러다 말겠지 싶었다. 하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안 먹히는 용어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2014년 1월에 개정된 미래창조과학부 고시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관리규정"을 보면 아예 용어부터 공개소프트웨어라고 적어놓았다.

40. "공개소프트웨어"라 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또는 "오픈 소스" 등 그 명칭과 상관없이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자가 해당 소스코드를 공중에 공개하여 이를 사용, 복제, 수정, 배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41. "공개소프트웨어 라이선스"라 함은 공개소프트웨어 저작권자가 자신의 공개소프트웨어의 사용, 복제, 수정, 배포와 관련하여 허용되는 권한 범위를 명시한 이용허락조건을 말한다.
42. "공개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이라 함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유지 관리하는 전 과정에 최초 개발한 자 외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방식을 말한다.
         

아마 정부 말고는 이렇게 오픈소스를 공개소프트웨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는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또는 동조하지 않더라도 눈먼 돈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도 이 용어를 사용한다. 과거 리눅스 관련 회사들의 모임인 리눅스협의회가 전신인 "공개SW협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옛날부터 하늘소 "이야기"나 안랩 설립 전의 "V3"와 같이 그냥 공짜로 배포하는 (하지만 소스 코드도 없고 명확한 제한 조건이 있었던) 소프트웨어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 용어를 오픈소스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는 건 오픈소스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전세계가 같이 만들어 나가고 같이 쓰는 오픈소스의 의미를 공무원들이 불편해하고 있다. 각종 정책에서도 기업 위주로 혜택을 주고, 엉뚱하게 특허나 상용화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사실 15년동안 데비안 개발자였지만 데비안으로 산업화를 어떻게 하냐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정부가 바라보는 오픈소스는 기업화된 모습이지 그걸 만들어낸 해커 문화와 공동체 의식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기업화된 오픈소스의 모습도 지금의 현실이고, 좋다 나쁘다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오픈소스도 기업만으로는 동작하지 않는다.

애초에 "Open Source"라는 용어는 "Free Software"가 가진 영어 의미의 중의성이나 "자유"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만든 말이다. 하지만 이 말조차 불편해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오픈소스의 활성화를 생각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지고 왜곡된 용어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댓글 3개:

  1. 저도 "공개소프트웨어"라는 용어는 Open Source 혹은 FOSS의 의미를 잘 전달하지 못한다는 창우님의 주장에는 동의합니다만, 공개 소프트웨어라는 용어 말고 그럼 어떤 단어를 사용하면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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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 오픈소스라고 쓰면 되지요. 지금까지 15년 동안 다른 대안을 못 만들고 음차로 이렇게 써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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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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