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9일 토요일

WoC 2006: 기대와 걱정

몇년간 "공개소프트웨어 진흥정책"의 교육분야에 집행된 예산은 제도적인 문제때문에, 대학의 연구비 정도로 소비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눈 먼 돈이라서 기간과 금액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쉬운 주제라던지, 오픈소스와 관계없는 주제에 연구비를 집행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 프로젝트 진행이 "오픈소스럽지 않게" 공개/피드백/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았고 보고서와 함께 종료되었다.  사업의 목적이 인력 양성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그저 대학 연구실을 조금 풍족하게 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었다.

이번에 열릴 Winter of Code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적어도 개인에게 보상이 지급되고 좀 더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칠 수 있을 것 같다.  (역으로 별로 많은 보상금이 아니기 때문에 엉터리 주제가 더 적을지도?)   하지만 괜히 높은 눈높이와 기대때문에 WoC 2006에 대해 걱정스러운 의견을 말해 보자면...

첫쨰로 프로젝트의 범위가 너무 제한되고 편향될 수가 있다.

학생이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다지만..  일단 기업은 기업이 필요해서 제안한 프로젝트를 우선 선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커뮤니티의 경우에도 학생이 제안한 프로젝트를 수용할 만한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가 마땅히 없고, 제안받은 프로젝트에 대해 멘토를 선정하고 검토하기에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고, 있다고 해도 준비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SoC와는 달리 단체에 대한 지원이 없다.  SoC도 500 USD밖에 안 되긴 하지만..)  결국 학생이 제안한 프로젝트보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를 학생이 수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실제 수행되는 프로젝트는 현재 제안되어 있는 프로젝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까지 올라온 프로젝트들은 웹 서비스 관련 소프트웨어에 너무 편향되어 있다 (게다가 평범한 학생들의 실력으로는 기간내에 끝내기 어려운 난이도로 보인다.  심지어 WoC 소개 문구에도 "만들어낸 결과물은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회를 얻게 되며..."라고 쓰여 있다.  사실 웹은 중립적이라서..  프로젝트를 오픈소스 세계(?)에서 해 보려는 생각이 없는 학생도 얼마든지 상금을 타기 위해 참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둘째로 취지에 맞게 참가 학생이 오픈소스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 걱정이다.

학생이 2개월이 좀 넘는 기간에 익힐 수 있는 기술적인 내용은 어차피 한정되어 있다.  SoC가 학생들에게 주는 가장 큰 영향은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기술적인 것보다 훨씬 큰 부분이다.  그냥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멘토와 메일만 교환하면서 마감에 맞춰 끝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계속해서 공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중간에 결과를 내놓아서 피드백을 받고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에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SoC에서도 참가자가 그런 과정을 무시해서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하지만 애초에 국내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의 재미를 느낄 만큼 활발하고 규모있는 개발 커뮤니티가 전무하기 때문에 (물론 행사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라서 딱히 해결책도 없지만) 그 분위기를 느낄 기회가 없을 걸로 보인다.  게다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기업이 제안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아서 더욱 오픈소스같지 않게 진행될 것만 같다.   멘토의 진행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걱정스럽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이 행사에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미숙한 학생들보단 지식을 갖춘 개발자에게 실질적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나는 미숙하고 성과가 없더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오픈소스 개발자가 탄생하기에 좋은 사람, 환경, 시간적 여유를 갖춘 곳이 바로 대학이지만, 국내 대학들은 담당 교육자들이 경험했던 환경이 그래서인지 취업위주의 교육이라서 그런지 PC 환경 위주로 편향되어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교에서도 그 멋진 엑스터미널들이 사라지지고 윈도우 PC가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몹시 서운. )  정책적인 이유든 오픈소스의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 경우든 학교에 피드백을 줘서 지속적으로 개발자가 나오게 만들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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