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5일 일요일

한국어/조선어, 언어의 명칭

링크: 우분투 Japanese UI에 잘못된 번역이 있네요

좀 뒷북이지만...  일단 일본이나 중국에서 朝鮮語라고 칭하는 건 북조선을 가리키기 때문이 아니라 조선 시대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불러 왔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오늘날도 서울의 도시 이름을 100년 전의 명칭이자 속국의 의미가 들어 있는 한성(漢成, 漢나라의 마을)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진짜 모욕적인 용어도 있지만, 적어도 조선어는 차별적이거나 모욕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는 아니다. 글쎄, 그런데 꼭 나라 이름과 언어 이름을 맞춰야 되나? 외국어에서 어떻게 쓰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야 되나?

서양 사람들이 부르는 Korea나 Korean이라는 이름 역시 올바른 명칭은 아니다. 심지어 조선 시대에 조정에서는 서양에서 온 공문에 수신자가 Korea라고 써 있다고 반송한 적도 있다고 한다. 고려는 자기들이 멸망시킨 패배자들의 이름이니까. 지금은 남북한 모두 자국어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완전히 다른데도 공식 영문 명칭은 마찬가지로 Korea라고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아예 통일되면 거기에 맞춰 국호를 꼬레아라고 하는 게 무난할 것 같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으니...

사람이 교류하는 단위, 같은 언어가 통용되거나 분화하는 과정이 국가와 관계가 있으니, 국가와 언어는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꼭 그렇게 일대일 대응이 되지도 않는다. 페르시아라는 이름을 사용한 제국이 사라진 지가 천 년도 더 지났고 수많은 국가가 생겨나고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 지역의 공식 언어는 페르시아어이다. 쿠데타가 일어나든 분리독립을 하든 나라 이름이 바뀔 때마다 거기에 맞춰 전세계 어학 교과서의 제목을 그 나라 이름에 맞춰 줘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댓글 2개:

  1. 그냥 아무 생각없이 Korea를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발상이예요. 오늘 갑자기 cwryu님이 생각나서 들러봤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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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독일에서 '도이칠란트'라고 하는 나라 이름을 영어로 '저머니', 불어로 '알르마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네요.

    아마 남북한이 갈라서지 않거나, 북한도 '한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했다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남북한을 통틀어 '한국'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성' 문제의 경우 '서울대'와 '한성대'의 혼동 같은 문제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漢'을 꼭 한나라로만 보기가 어려운 게, 보통 '크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한'으로 해석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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