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freshmeat이 망한 이유

Bad Voltage 팟캐스트 1x19 에피소드 중에서 freecode(freshmeat)와 관련된 얘기,

http://www.badvoltage.org/2014/06/26/1x19/ (33:20부터)

리눅스 배포판 개발과 사용에 있어서 생각할 만한 게 많은 것 같아서 해당 부분을 대략 번역한다.


<Jeremy> 며칠 전에 freecode, 과거에 freshmeat였던 사이트가 고정 웹사이트로 변했어요. 여러분이 옛날 freshmeat을 얼마나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엄청나게 유명했던 곳이었어요. (모두 공감)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드는데요. 진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 리눅스 소프트웨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앱스토어같은 것 때문일까요, 그냥 패키지가 잘 동작하기 (just work) 때문일까요.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요.

<Stuart> 그건 이제 아무도 GIMP 0.1 alpha를 다운로드하지 않기 때문이죠. (모두 웃음)

<Jeremy> 한 가지 지적할 점은 그 당시는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도 freshmeat이 소프트웨어의 최신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심지어 메인테이너들이 자기 홈페이지보다 더 freshmeat에 먼저 발표하곤 했죠.

<Bryan> 네 그 점이 핵심이예요. 그 당시에는 신선(fresh)한 내용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신선한 내용이 아니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게 됐죠.

<Jono> 그냥 고기(meat)죠. (웃음)

<모두> 네 오래된 고기(old meat)예요.

<Stuart> 네 바로 그 부분이에요. 재미있는 부분이 Jeremy가 말한 그대로예요. 10-15년 전에는 모든 소프트웨어 메인테이너들이 freshmeat를 썼어요. freshmeat이 유일한 수단이었죠. 하지만 더 이상 아니에요? 왜일까요?

<Bryan> 제 생각에 큰 부분은, 당시에는 패키지 관리는 새로운 개념이었어요. RPM 패키지 관리는 얼마 안 됐고 데비안은 패키지 관리가 당시에도 있었지만 데비안을 모두가 쓰지는 않았죠. 그래서 기준이 freshmeat로 가서 tarball을 다운로드한 다음에 빌드하는 거였어요. "./configure; make; make install"하는 거죠. 또, 제가 기억하기에는 freshmeat에 등재되는 게 일종의 훈장 같이 취급됐어요. "우와 freshmeat에 올라간 소프트웨어라니 멋지다"라고요. ("맞아요 맞아")

<Bryan> 그런데 그 일부분을 배포판들이 대체했어요. 또 소프트웨어를 직접 다운로드해서 설치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죠. 폰이나 데스크톱에서도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아요.

<Bryan> 또 한 가지 제 느낌에는, freshmeat을 소유한 회사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sourceforge도 인수했죠? 제 생각에 이건 리소스 낭비였어요. 이제 아무도 freshmeat을 신경쓰지 않아요.

<Jono> 저는 이게 리눅스만의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맥의 경우에도 versiontracker라는 기본적으로 freshmeat과 똑같은 일을 하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당시에도 거기 가면 각종 업데이트된 정보가 들어 있었죠. 모든 맥 유저가 그 사이트를 봤어요. 윈도우 사이트도 마찬가지로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비슷한 일을 하는 오만가지 경쟁자들이 나타났고 중앙 집중적인 한 사이트가 이제 없어요. 어떤 사이트를 가도 최신 업데이트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게 됐죠. 그러니 아무 것도 사용하지 않게 된 거고요. (...)
<Stuart> 네 같은 비극이 일어난 것 같네요. freshmeat 1개 사이트만 있을 때는 이 사이트에 모두 있는데,  누군가 "야 freshmeat같은 사이트를 만들면 돈을 벌 것 같아" 하면서 사이트가 2개 3개가 되면서 모든 사이트의 가치가 제로가 되고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는 거죠.

<Jono> 일반적으로는 동의해요. 다른 얘기를 하면 이제 데비안 패키지 저장소도 있고, 우분투도 있고 페도라도 있어요. freshmeat은 상당히 리눅스에 치우쳐져 있잖아요? 당시에는 크로스 플랫폼 이었어요. 모든 소프트웨어가 어떤 배포판에도 돌아갔죠. 직접 컴파일하니까요.

<Stuart> 정확히 말해서 크로스 리눅스겠죠?

<Jono> 아 미안해요. 네 크로스-리눅스배포판이죠. 그런데 점점 자기 소프트웨어를 데비안, 우분투 또는 페도라에서 컴파일하겠다라고 말하고 다른 배포판은 신경쓰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게 허용되는 분위기예요.

<Stuart> 거기에 대해서 일부 이유를 말하면, 우분투와 페도라가 상당히 달라요. 당시에는 예를 들어 슬랙웨어와 데비안은 별로 다르지 않았어요. 각종 설정 옵션이 다르기도 하고 네트워크 파일 방식이 다르고 그런건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배포판을 쓰든 같은 사용자 경험을 공유했죠. 분화되지도 않았는데, 이유 중 하나는 당시에는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 사항이 별로 없었어요. 그럴 시간도 없고요.

<Jeremy> Jono의 의견에 동의해요. freshmeat은 "configure; make; make install"시대의 산물이죠. 한 가지 더 문제를 말씀드리면 제가 과거에 freshmeat 이용을 중지한 건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부터에요. 사이트의 대부분의 기능을 없애 버렸죠. 당시에 제가 이용했던 건 trove 였는데.. trove는 잘 관리되고 있고, 예를 들어 파이썬으로 작성된 BSD 라이선스의 메일 클라이언트를 찾는 건 trove 계층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freshmeat 사이트가 개편되면서 그 데이터를 통째로 잃어버렸죠. 그리면서 소프트웨어 센터, 패키지 관리 따위가 쓸만한 수준으로 좋아졌고요. 어쨌든 사이트를 개편한 게 큰 역할을 했어요.

<Stuart> 네 옛날에 "fm"이라는 freshmeat의 trove를 이용해 검색하고 결과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했던 기억이 있네요. 사이트가 개편되면서 동작을 안 했고요.

<Jono> 사이트 관리가 문제였던 것도 맞아요. 그리고 주인이 많이 바뀌었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slashdot과 합병했죠? ("네") 그리고 ("geeknet으로 갔다가, 그 다음엔 다시 sourceforge랑 합병하고.,."). 하고 싶은 말은 사이트의 자산이 회사를 거쳐가면서 이익이 되는 slashdot과 geeknet에 자원이 집중됐을거예요.
(...) 개인적으로 이제 저는 소프트웨어를 컴파일하는데 신경 쓰지 않아요. 여러분이 KDE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KDE 컴파일에 신경 쓰겠지만 파이어폭스나 커널을 빌드하지는 않을 거예요.

<Bryan> 제 생각에 freshmeat이 이제는 의미가 없더라도, 고정 페이지로 남겨두고 최소한 과거 컨텐츠를 볼 수 있다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Jeremy> 실제로 ESR이 다른 이름으로 freshmeat을 되살리려고 하는 거 알아요?

<Bryan> 진짜요?

<Jeremy> VA의 이사회 멤버라서 slashdot과 freshmeat을 인수하라고 설득한다는데요. 그래서 사이트를 다시 시작한다고요. ESR이 말하는 건 사람들이 다운로드하지 않는다고 해도, 패키징하는 사람은 패키징할 걸 어디서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Bryan> 음, 사실 중요한 부분이긴 해요. 알게 뭐예요. ESR이 그러고 싶다는데.

<Jono> 하하. 제가 배포판 작업을 하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는데요. 배포판에서는, 항상 패키징할 게 있어요.

<Stuart> 아이고 ESR이 말하려고 하는 건 잘 알겠어요. ESR이 당시에는 유명한 사람이었고요. 그 당시의 방식을 좋아할 수도 있죠. 근데 지금 15년 전 웹사이트를 살리려고 하고 있어요. 오래 된 건 그냥 넘어가지.

<Bryan> 이봐요. 저는 아직도 BBS를 돌리고 있어요. 오래된 건 멋져. (웃음)

(2014.7.13 업데이트)

의미 있게 생각했던 이유는, 마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와 같은 얘기를 듣는 것 같아서였다. 리눅스 배포판이 freshmeat을 죽였다. 딱히 내가 라디오 스타의 팬은 아니고, 오히려 죽이는데 일조했던 입장이지만.

사실 상업 운영체제에서 최근에서야 시작한 온라인 소프트웨어 배포 및 업데이트 시스템은 데비안이나 리눅스 배포판에서 먼저 생겨났다. 상업 운영체제에서 최근에 가능했던 이유는 독점적인 정책을 가진 운영체제나 디바이스를 가진 큰 회사가 등장했고 대규모 IT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리눅스 배포판에서는 역설적으로 소스코드가 있으며 수정과 배포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얼마든지 일관성 있는 패키지를 노력만 하면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세계 곳곳의 미러사이트에 복사를 해 놓을 수 있었다. 결제나 사용자 정보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 말이다. 데비안에서는 패키지 업데이트 시스템인 APT가 1998년에 만들어졌고, 그 전에도 dselect라는 프로그램에 FTP나 HTTP를 통해 패키지 업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당시에도 FTP 사이트에서 패키지 자동 업데이트를 했지 freshmeat에서 확인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서 설치하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후 직접 데비안 개발자가 되고, 패키징을 하면서 날이 갈수록 더 배포판의 영향력은 커짐을 느꼈다. 상업적인 배포 시스템처럼 프로모션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배포판은 항상 앞에 나서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일을 했다. xfree86의 라이선스 변경에 반발한 리눅스 배포판들이 xorg를 선택한 결과 지금 xfree86은 홈페이지만 남아 있을 뿐이고, LibreOffice를 선택한 결과 Apache OpenOffice보다 (커밋 수로 보든 개발자 수로 보든) 몇 배 더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배포판이 기본으로 선택한 데스크톱 환경이 사용자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데비안 프로젝트는 데비안 홈페이지에 써 있는 것처럼 "Universal OS"를 만들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 배포 채널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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